목록아름다운시(비공개) (89)
나의 아늑한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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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시인 집필실 아무도 모르고 우리 단둘이만 알고 있는 숲 속 오솔길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들이 노래하고 다람쥐들 찾아와 인사하고 풀꽃들 눈짓하는 곳 우리 함께 앉아 쉴 작은 바위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보고플 때면 그곳에서 같이 만나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노래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숲 속 오솔길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모르고 우리 단둘이만 알고 있는 숲 속 오솔길 하나 찾아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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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반해 버린 그림 한 점 제주출신이며 북한 만수대창작단의 화가 김승희 작품이다.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 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그림을 보다가 떠 올릴 수 밖에 없는 추억에 한참동안 잠겨 본다. 담장 밑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채송화와 봉선화 그리고 뒷뜰 쪽에 홀로 피고 지던 나리꽃 환한 달밤이면 꽃잎을 하나 하나 펴 주던 신기한 달맞이꽃 내 어릴 적엔 이 꽃들이 나의 친구였던 거 같다. '울 밑에 선..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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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 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오른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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