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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주] /이준익(강하늘.박정민)

큐티 2016. 2. 25. 19:30

▲위의 좌측부터~ 1955년 증보판 오리지널 디자인 / 1948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 윤동주시인 육필원고집

 

 

감독 : 이준익

주연 : 강하늘. 박정민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화를 어제와 오늘 연속해서 계속 두 편을 보게 되었다

윤동주시인이 살아 있다면 올해로 딱 100세가 되는 해를 맞아 마침 '동주'라는 영화를 상영하여 관람했다

 

이 영화는 독특한 흑백영화이다.  이준익감독은~  청춘의 시절을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낸 이 분들의 영혼을

흑백의 화면에 정중히 모시고 싶었다”~며 흑백 영화를 고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관에 도착하니 그 자리에서 윤동주시인의 책묶음도 판매되고 있기에 구입해 본다 

차분한 글씨체로 쓰여진 윤동주시인의 육필원고를 찬찬히 읽으며 그의 마음이 전달되어 와 잠시 뭉클했다

주로 1941년도에 쓴 글이 많았고 1938년과 1939년에 쓴 글도 있었다

 

일제 시대에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윤동주와 고종사촌인 송몽규가 20대의 한참 피끓는 청춘이었을 때 얘기이다

차분한 외모를 가진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 역할을 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송몽규 역할은 '박정민'이 해냈다

또한 이 영화에~ 윤동주의 친구였던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며 배우인 '문성근'씨는

윤동주가 존경한 시인 '정지용'씨의 역할로 특별 출연했다.  참고로~ 윤동주의 육촌 동생은 가수 윤형주씨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하얼삔에 있는 제731부대의 마루타 생체실험실에서와 비슷한 일이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도 있었나보다.  이곳에서도 1800여명이 주사를 맞고 사망했다고 영화자막에서 보여진다

윤동주시인도 1943년에 후쿠오카 형무소에 체포되어 강제로 어떤 주사를 맞기 시작하여 1945년 2월16일 돌아가셨다는데

바닷물을 계속 혈관 속에 주입시켜 어떤 변화를 보이다가 며칠만에 죽는가 하는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낭독 되어지는 그의 시를 들을 땐 잠시동안 내 자신이 그가 되어 버린다 

윤동주 시인이 감옥에 갇혀 차츰 차츰 죽어가면서 철창틀 사이로

별들이  총총하게 빛나는 까만 밤하늘을 힘없이 올려다 볼 때 읊어지는

'별 헤는 밤' 이라는 시를 들으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35년대의 사진- 평양의 숭실중학교가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되어

                                                      문익환과 함께 용정의 광명중학교로 편입하였고 이곳에서 정일권도 만났다고 한다

                                                      참고로 용정에 있는 (은진.대성.동흥.광명)등의 모두 6개의 학교가 합병되어 

                                                      대성중학교터에 1985년에 다시 설립하여 현재는 용정중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다



 

 

또한 가족들이 더욱 분통한 것은~  감옥에서 그가 살아있는 동안 아들과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못한 것이었다

     '동주 위독하니 보석할 수 있음. 만일 사망시에는 시체를 가져가거나

         아니면 큐슈제대(九州帝大) 의학부에 해부용으로 제공할 것임. 속답 바람'~  이라는 

윤동주시인에 대한 위급한 전보는 그가 죽고 난 10일 후에나 집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인재들이... 너무도 아까운 청춘들이.... 이렇게도 허무하게 사라져 갔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역사의 큰 흐름은 또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

오늘도 그냥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단 한편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송몽규시인의 시이다

 

하늘과 더불어    -송몽규-

 

하늘...  얽히어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별이 미소하여
너하고 만은 너하고 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 싶다
 
오~  하늘아 모든 것이 흘러 흘러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들만 뿌려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의 잔해만..  쓰디쓴 추억의 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이 없어 고독스럽지 않아도
고향을 잃어 향수스럽지 않아도
이제는 오직 하늘 속에 내 맘을 잠그고 싶고
내 맘 속에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에 웃는 아침을 기원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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