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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 미셀공드리(짐캐리.케이트윈슬렛)

큐티 2008. 1. 28. 07:55

*감독 : 미셸 공드리

*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일라이저 우드, 제리 로버트번


그리스 신화에 보면 '레테'란 강이 나온다.
레테란 망각의 강으로서 죽은자가
하데스(죽은자들의세계를 지배하는 신)에게 가기 위해 건너는 강으로
아케론의 강에서 이승에서 가졌던 슬픔들을 버리고 난 후
이곳 레테의 강에서 비로소 모든 번뇌와 기억들을 버리고
새로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동사서독>이란 영화에서도 마시고 나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는
'취생몽사(醉生夢死)'라는 술이 나온다. 기억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우리는 왜 기억을 하는 것이고 왜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해서 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언젠가 추억과 기억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추억은 가슴이 기억하는 것이고 기억은 머리가 기억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추억이 되었든 기억이 되었든
우리는 모두 과거란 상자 속에 넣어둔 책처럼
각각의 기억의 상자들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또 언제든지 그것을 다시 펼쳐 볼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과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우연히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어 서로 첫 눈에 반하게 된다.
그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어 결국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지만
서로간의 성격차이와 불신으로 인해 곧 헤어지게 된다.
실연의 아픔을 견뎌내지 못한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특정인에 대한 기억을 없애준다는 회사에 의뢰해
조엘(짐케리)에 대한 기억을 삭제하게 되고
화해를 하기 위해 클레멘타인을 찾아간 조엘 역시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클레멘타인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 회사로 찾아가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그들의 가슴 시린 추억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사람은 당연히 그렇겠지만 

다소 과장된 이 영화의 설정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을 테니까.
사랑이란 두사람이 만나 서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행위인데
더이상 그 추억을 만들어 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상처라 생각하고 그 상처란 결국 추억들이 만든 것이기에
사랑을 잃고 난 후 가장 빨리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바로
그 사람과의 기억들을 지우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 사랑했던 그 사람의 기억을 모두 지운다고 해서
그 사랑까지 사라지게 될까? 이 영화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들은 크게 유형물과 무형물로 나누어진다. 

형체가 없어 만질 수 없을 것 같은 무형물도
마음으로 봤을 때는 얼마든지 볼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꺼내 볼 수도 있으며
그렇게 만질수 있고 꺼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 마음의 손인 '기억'인 것이다.
우리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면 사랑도 사라지는 거라 생각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그 사랑은 내방 옷장 깊숙한 곳에
버려진 물건처럼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다시 찾지 않고 있는 것 뿐이지~
그래서 사랑은 영원하고 절대 죽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에 연인사이였던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에서도 기차역에서 첫 눈에 반해
그렇게 빨리 서로를 다시 사랑할수 있게 된 것도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의 그 사랑이 죽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망각을 가능케 하는 회사는
바로 레테의 강과 같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고
지금 세상에서 사랑하고 과거에 사랑했던 그 누군가는
레테의 강을 건너기 전 이미 나와 사랑을 했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을 아름답다고 얘기하지만 

가끔은 처음의 순수했던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기도 하고
그 집착은 또 큰 욕심으로 변해 항상 상대방을 구속하고
심하게 되면 의심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하며 서로에게 자주 상처를 주면서도
우리는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 한다.
사랑과 검(劍)의 공통점이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검으로 물건을 자를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언제든지 자신이 베일 수도 있듯이
사랑 역시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한다.
그래서 상처란 것도 바로 사랑의 한 모습이란 걸 인정하며
영원히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과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지울 수록 특별해 지는 사랑...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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