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늑한 휴식처

홀로 서기 / 서정윤 본문

아름다운시(비공개)

홀로 서기 / 서정윤

큐티 2008. 1. 27. 23:10

 

 

*홀로서기-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한다.

 

3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곡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 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움찔」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짓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일지라도.

 

5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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