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늑한 휴식처

연탄 한 장 / 안도현 본문

아름다운시(비공개)

연탄 한 장 / 안도현

큐티 2008. 1. 27. 23:09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 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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