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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큐티 2022. 1. 2. 16:01

새해인 1월1일 저녁 늦은시간까지 TV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마지막회를 시청했다
조선시대 왕들 중 정조만큼 절절하고 아름다운 찐사랑을 했던 왕이 또 있었을까 싶다
실화에 거의 가깝게 제작된 이 드라마는 조선의 왕 '정조'를 다시 조명하게 했다
시청하는 동안 나는 수시로 눈물을 흘리며 정조의 일생이 너무 가엾고 애틋하여 품어주고 싶었다
정조와 성덕임은 문효세자와 딸을 낳았으나 아이들이 일찍 죽고 의빈성씨는 세째임신상태로 삶을 마감했다

그녀가 죽자 정조는 [어제의빈묘지명]과 [어제제축문]을 직접 썼고 
3년 동안의 탈상이 끝나고도 매일 의빈성씨를 그리워했다고 하니
나는 조선시대의 왕들 중 세종대왕 다음으로 정조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조가 의빈성씨를 그리워하며 3년 탈상동안 직접 쓴 글[어제의빈삼년내각제축문]을 옮겨본다
 
■아... 너의 근본이 굳세어서 갖추고 이루어 빈궁이 되었거늘 
어찌하여 죽어서 삶을 마치느냐
지금 이 상황이 참으로 슬프고 애통하고 불쌍하구나
평상시 화목하게 지냈건만 네가 나를 떠나 죽고 말았으니 너무 애달프고 슬프다
네가 다시 살아나서 이승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이 한가지 그리움이 닿아서 네가 굳세게 이룬다면 
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서 내곁으로 올 것이다
이렇게 상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
너는 문효세자의 어머니다. 네가 임신해서 낳은 아이가 문효세자이며 나의 후계자다
세자는 이미 두살 때 글을 깨우쳤다
너의 근본이 단단해서 임신을 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었다
죽은 문효세자가 셋째가 되어 다시 우리 곁으로 올 줄 알았건만
하늘과 땅은 오히려 우리 사이를 더 떨어뜨려 놓았다
그래서 마음 한 가운데가 참 슬프고 애가 타며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
사랑한다. 참으로 속이 탄다. 네가 죽고나서 나와 헤어졌다
나는 비로소 너의 죽음을 깨달았고 너는 멀리 떠났다
나는 무릇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너를 데려올 방법이 없고 
대신 다른 사람을 죽여 물리칠 방법도 없다
참 슬프고 애달프다. 앞전에 겪은 일과 비교해도 비교할 게 없을 만큼 슬프다
나는 지금 저승도 갈 수 없다(왕이니까~)
너를 생각하면 또 애통하고 슬프도다. 너는 진짜 이승을 떠나는구나
사랑하는 너는 어질고 아는 바가 많고 총명하고 슬기롭고 밝고 
이치를 훤히 알고 옳고 예절을 지키는 사람이다
어찌 그 재주와 얼굴을 잊을 수 있겠는가
빈의 흔적은 장차 이 세상에서 아주 사라질 것이다
이 뛰어난 언행을 내가 글로 적지 않는다면
누가 그것을 전하고 알려서 아주 사라지는 것이 애석하다고 하겠는가
너는 문효세자를 잃었을 때 쉬지도 못했고 눈물도 그치지 못했다
나는 너의 뱃속에 있는 아가를 위해서 
문효세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네가 잘못될까봐 걱정돼서 돌려보냈다
그런데 너의 목숨은 어찌 이리 가느다랗단 말이냐
편히 쉬어라. 세자를 너의 옆에 있게 할 것이다
지금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구나
살아있는 나와 죽은 네가 끝없이 오랜 세월동안 영원히 이별하니
나는 못 견딜 정도로 근심과 걱정이 많다
나는 이제까지도 네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슬프고 슬픈 사람의 마음은 매여있지 않은 것 같구나■

정조의 바램대로 효창공원에 문효세자와 의빈성씨묘를 함께 가까이 조성했는데
일제시대 때 묘들이 서삼릉으로 옮겨지고 母子의 묘를 떨어뜨려 놓았다
현재의 문효세자 묘는 서삼릉의 '효창원'에 
의빈성씨 묘는 서삼릉의 예약공간인 후궁묘역의 [빈.귀인묘]에 있고 
정조는 부친인 사도세자와 함께 화성의 융건릉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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