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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송은일

큐티 2017. 6. 29. 16:49

티벳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 다시 환생하기까지 사후의 중간상태를 '바르도'라고 한다
즉 이 상황의 끝과 다른 상황의 시작점 사이의 빈틈...사람들도 탄생과 죽음 사이의 그 빈틈을 살아가고 있다
그 빈틈을 지나며 누구에게나 크든 작든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는 혼자서 또는 둘이서 헌 옷을 수선해 입듯이 잘 기워가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 단편소설은 빈틈의 세월 속에서 희노애락의 배우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그려냈다

○탁자가 있네- 태화산 금강송이 탁자로 만들어지고 탁자를 의인화하여 자신(탁자)을 거쳐간 ㄱ~ㅍ까지
   13명의 사람들과 생활하며 탁자가 바라보는 디테일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나비의 동굴-통풍으로 인해 괴물처럼 변해버린 육체를 안고 동굴에서 나비(고양이)와 대화하며 지내는 사내와
   은행원이었다가 큰사고를 치고 미쳐버린 동네 여자친구....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인 그들만의 삶이 그려졌다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김치공장의 배추를 실어나르는 트럭운전사와
   그 부인 최이화 그리고 배꽃잎(배소윤)과의 외나무다리(?) 인연으로 얽힌 얘기다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기승전결- 엄청난 갑부인 내과의사 박씨와 그의 아내들 중 3번째까지는 모두 일찍 죽고
   4번째로 들어온 조여영과 양봉업자 김산하의 삼각관계이다
   오로지 섹스만을 위한 결혼으로 여자를 택한 박씨로 인해 조여영은 김산하에게로 도망했지만
   다시 붙잡혀와~ 달아날 수 없을 바엔 그냥 이 생활을 접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맹렬한 오후-전망없는 삶을 버텨나가는 옷가게 여주인이 쇼윈도우 너머로
   또 다른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막막한 삶을 그냥 이어간다

○파우스트와 나와 케이- 한동네에서 자라 건축사 겸 작가로 성공한 케이와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은 여자
   케이에게 질투를 느낀 그녀는 숲 속에 들어가 악마에게 그를 판 후 작가로 등단한다
   둘은 동거인으로 함께 살게되고 그 후 케이에 대한 집착병이 생기고 그의 신변을 항상 불안해하는 병이 생긴다

○그러면 안녕-한서진 기자는 정직원에서 계약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퇴사하기로 작정한다
   동네 친구로 방랑벽이 있던 최경준은 삽시도에서 의사로 일한다
   둘은 말많은 백선당에서 태어나 함께 자란 친구로 사랑이 싹텄으나 결혼은 할 수 없게 된다
 
○혹-발등에 혹이 있는 고윤초 기자.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는 구두수선가게를 하는 차순용.
   뇌성소아마비 자녀를 요양원에 맡기고 식당을 경영하는 박경옥 세 사람의 상처들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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