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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없는 영혼/공지영

큐티 2015. 3. 21. 14:07

 

 


어느 산자락 나즈막한 봉분에 이름도 없이 누워있는 무덤 하나에도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처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상처없이 생존하는 게 어디 있을까?

 

[상처없는 영혼]이라는 제목은~ 아픈 상처로 피흘리는 영혼이

제발 이 상처 좀 낫게 해달라며 반어법으로 호소하는 뜻으로 읽혀진다

책을 읽으며 그 상처를 딛고 더욱 영글어가고

성장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 좋았다

 

내 친척. 내 가족. 내 자식들 그리고 더욱 가깝게는

내 자신마저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가 있는데
하물며 타인들과의 원만한 관계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각국의 모든 사람과 직접 대화할 수는 없지만
독서를 하면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갈등과 고민을 앓으며 괴로워하고 있기에
간접적으로 그들을 만나는 책 속에서 나의 고민이 해결되는 것이다

 

작가는 30대 초반의 한창 예쁠 나이에 삶의 폭탄을 맞고

홍콩와 일본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의 진리를 알게되고 이렇게 독백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비로소 혼자 있는 이 시간.

누구의 시선, 누구에 대한 기다림, 누구와의 끈도 없이 이토록 온전히 혼자였던 이 시간...

내가 사랑이라고 이름 불러 주었던 집착으로부터도 이제 저는 떠나갑니다"~ 라고

 

이 책은~ 작가가 여행과 많은 책들과  또 영화 속에서

'내자신을 찾아가는 시간들'의 독백체 산문집이다

 

 

-소개된 책과 영화제목이다

 

라이너 마리아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오에 겐자부로의 [조용한 생활].   공자의 [논어].   단테의 [신곡].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프리드리히 폰실러의 [돈 카를로스].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

앤 타일러의 [우연한 여행자].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박경리의 [토지].   김승옥의 [무진기행]

 

영화<돌로레스 클레이본>.  <피아노>.  <델마와 루이스>

 


-와닿는 밑줄 글이다

 

가만히 있는 것..... 가만히 있기로 하자.....
그래, 가만히...고요하게...가만히...


나무들에서 꽃이 피어날 때 혹은 이파리가 돋을 때 그것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 하나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 전에는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이 꽃을 피운다고 나무가 겨울을 이겨내며 힘들었다고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다고 말을 하지는 않지
신의 섭리에 묵묵한 그들은... 자연의 본성 자체인 그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모든 창조는 고요한 것이며 그리하여 어느 날

그들을 발견하는 자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들이 밤새 소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때로 감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하자
이제 너는 고요 속에서 기다리는 일...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맡기고

생이 너에게 충분히 허락해서 익히고 있는 일들을~
그것이 익기 전에 따버림으로써 훼손시키지 말도록 하자
때로는 체념할 줄 아는 인간이 아름다운 것이다
많은 자연들은 정말로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대개는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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