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늑한 휴식처
설산에 가서 / 문정희 본문
소리 내지 말고
눈물 흘리지 말고
한 사흘만 설산처럼 눕고 싶다
걸어온 길
돌아보지 말고
걸어갈 길
생각할 것도 없이
무릎 꿇을 것도 없이
힌 옷 입고 힌 눈썹으로
이렇게 가도 되는 거냐고
이대로 숨 쉬어도 되는 거냐고
이렇게 사랑해도 되는 거냐고
물을 것도 없이
눈빛 속에 나를 넣어두고 싶다
한 사흘만
설산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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